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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헤르만 헤세 - 싯다르타

by dailymemo 2026. 1. 12.

헤르만 헤세 - 싯다르타

소설이라기보다는 한 편의 아름다운 시를 읽는 것 같았다. 문장들이 유려하면서 서정적이다. 따뜻한 봄날 배시시 웃는 아이의 웃음 같으면서, 한밤중 잔잔히 흐르는 강물 같았다. 이 책의 메시지인 '상반된 것의 단일성'과 같은 맥락이다.

줄거리의 분위기가 영적이고 몽환적인 것이 <데미안>과 유사하다. 헤르만 헤세만의 색깔이 잘 묻어난 작품이다. 그의 작품은 슬픔과 기쁨, 고통과 환희의 감정을 느끼게 하고, 그것을 하나로 엮는 능력이 있다. 그가 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는지 알만하다.

 

싯다르타는 "왜?"라는 질문을 머릿속에 품고 살았다. 그의 머릿속은 종교적 의문과 삶의 의미에 대한 회의로 가득 찼고,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나 역시 싯다르타처럼 어렸을 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자랐고 한편으론 머릿속에 항상 물음표가 가득 찼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그의 삶에 몰입할 수 있었다. 그가 하나씩 깨달음을 얻을 때마다 나 역시 같이 성장하는 느낌이었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을 비우는 일이다. 싯다르타 역시 깨달음을 얻기 위해 자신을 완전히 비웠다. 단식, 금욕 등 고행을 하며 자기 초탈 수련과 침잠 수련을 했다. 이는 현대인인 우리에게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언가를 더 채우는 것이 아니라 나를 비우는 것이다. 그때서야 비로소 진정한 한 발을 내딛을 수 있다.

물론 그는 비아(非我)의 경지에 이르렀지만 수행에 의문을 품고 사문을 떠났다. 그래도 이런 비움의 과정이 있었기에 추후 더 큰 깨달음의 경지에 이를 수 있었다.

 

싯다르타가 사문을 떠나 고타마에게 갔지만 결국 그에게 귀의하지 않은 이유는 글이나 말로 진리에 도달할 수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가르침으로써 경험을 온전히 전달할 수 없다. 결국 진리는 직접 경험하고 깨닫지 않으면 영원히 모르는 것이다. 깨달음의 경험은 자신으로부터 나온다.

 

결국 그는 의미와 본질이 현상의 배후 어딘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삼라만상 속에 있다는 생각에 다다른다. 현상계를 세속시하고 배척할 것이 아니라 그 운영원리를 이해하고자 그는 속세의 삶으로 자진하여 들어간다. 도시에서 지내며 기생 카말라에게 사랑을 배우고, 상인으로부터 장사를 배운다. 사람들 속에서 지낼수록 점점 충동적이고 쾌락만을 쫓는 어린애 같은 사람의 모습이 된다.


싯다르타가 세속의 길에 접어들고 나서 돈을 벌기 시작하는 방법은 인상 깊었다. 그 방법은 내가 요즘 관심 있게 생각하는 퍼스널 브랜딩이다. 가진 것은 없지만 지금까지 해온 것이라고는 사색하는 것, 단식하는 것, 기다리는 것,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것 밖에 없는 싯다르타였다. 그는 자신의 별 볼 일 없는 능력을 가지고 브랜딩 했고, 자신의 몸값을 올려나가 부자가 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같은 이치로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도박이라는 쾌락의 극치까지 치달은 뒤 어떤 꿈을 꾸고는 속세의 덧없음을 느낀다. 꿈에서 깨어나자마자 도시를 벗어나, 그 후론 뱃사공 바주데바와 강가에서 지낸다. 여기서 그는 강으로부터 많은 깨달음을 얻는다.

 

싯다르타가 최종적으로 얻은 진리의 깨달음은 '범아일여' 사상이다. 시간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과거의 존재와 현재, 미래의 존재 모두 똑같은 하나의 대상일 뿐이다. 과거의 세속적인 모습도 나의 모습이고, 지금의 경건한 모습도 똑같은 나의 모습이다. 아버지의 삶이 나의 삶에서 반복되고, 다시 내 아들의 삶에서 반복된다. 수천 갈래의 물이 강을 이루고 다시 폭포, 호수, 바다로 나눠지고, 구름이 되어 비가 내려 다시 강으로 모이듯, 시간과 형태를 초월하여 모든 것은 결국 하나, 단일성을 이룬다. 즉 죽음과 삶은 하나이고, 죄악과 신성함도 하나이고, 지혜로움과 어리석음도 똑같다.

 

결국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야 한다. 세상을 사랑하는 것이 나를 사랑하는 것이다. 나는 세상으로부터 나왔고, 다시 세상으로 돌아가 또 다른 모습으로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상의 모든 존재가 나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사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