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심리 기제는 진화적 적응의 산물이다."
인간의 본능과 본성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자극과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런 외부 자극에 대한 다양한 신체적 반응이 존재한다. (외부 자극 → 신체적 반응) 조합 중에서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것만이 살아남아 인간의 본능이 되었다. 본능은 인종에 상관없이 보편적으로 발견된다. 예를 들어, 날카로운 것에 찔리는 자극에 대해 재빨리 몸을 피하는 반응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에 (날카로운 것 → 재빨리 피함) 조합을 가진 신경 회로가 후대에 전파되어 본능이 된 것이다.
이런 외부 자극과 신체적 반응에 대한 조합은 무수히 많다. 무수한 본능들의 집합을 인간의 본성이라고 부른다.
진화심리학
본능은 우리의 심리 기제에도 존재한다. 본능에 따라 인간은 무언가를 선호하기도 하고 기피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인간의 무의식적인 행동의 기저에 깔린 심리를 분석하고 진화적으로 그렇게 되도록 발전된 이유를 설명한다. 동서양 문화의 차이, 남녀의 차이, 식습관, 문학, 도덕, 음악, 종교, 동성애까지 인간의 삼라만상을 모두 진화의 관점에서 해석한다.
진화론은 인간의 모든 행동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려 한다는 점에서 아주 흥미롭다. 그 점 덕분에 재미있다. 생존과 번식, 적자생존이라는 대원칙에 입각하여 모든 것을 그럴듯하게 설명해 주니 속이 후련하다. 진화론은 누구나 이해하기 쉽고 단순 명료하고 설득력도 있다. 실험적으로 검증되기도 하고 반박되기도 하는 과학적인 특성을 가졌다.
평소에 궁금했던 것과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을 다윈의 렌즈로 보니 흥미로웠다.
기본적인 전제는 인간의 심리 기제는 과거의 수렵 채집 환경에 적응하여 진화된 상태에서 큰 변화 없이 현대에까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직전에 읽었던 책 <클루지>와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와도 동일한 시각이다. 진화의 입장에서 1만 년이라는 시간은 인간의 뇌가 변하기에는 턱없이 짧은 시간이고, 산업혁명 후 200년 동안 완전히 바뀐 우리의 생활에 적응하기에는 불가능하다.
증보판에서 12개의 주제가 추가되었는데, 흥미로운 주제들을 못 읽어서 아쉽다.
오래된 연장
남녀차이
남자는 여자에게 정자를 주입하고 번식을 마치는 입장이다. 매력적인 남자는 여러 여자를 통해 자손을 남길 수도 있지만, 매력적이지 않은 남자라면 자손을 하나도 못 남길 수도 있다. 이런 남자에게는 도전하는 정신과 자세가 숙명이다. 거절당하더라도 손해 보는 건 없으니까,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번식을 시도하는 남자가 번식에 유리하다. 우리에게 전해진 선대의 유전자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모험심 강한 남성상이다. 따라서 남자는 여자보다 훨씬 도전적이고 모험심이 강하고 위험을 무릅쓴다. 반대로 여자는 자신의 아기를 9개월 동안 배에 품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남자의 자식을 잉태해야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다. 따라서 여자는 남자보다 훨씬 더 안정적이고 사교적인 환경을 중요시한다.
문화의 진화적 요인
환경에 맞게 진화적 적응이 일어나 문화가 유발될 수 있다. 이를 유발된 문화(evoked culture)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성적으로 자유로운 사회에서는 아내의 자식이 나의 자식이라는 확신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혈족임이 확실한 여동생의 자식에게 재물을 상속한다.
동양이 서양보다 집단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이유도 진화적으로 설명한다. 고온다습한 아시아에서는 병원균이 더 많이 서식한다. 내부인은 토착 병원균에 대해 어느 정도 면역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만이 남았다. 반면 외부인은 병원균에 대한 면역을 가지고 있는지 확실하지 않고, 전혀 모르는 새로운 병원체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외부인에 대해 엄격한 차별을 두어야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다. 이 같은 특징 때문에 동양은 집단주의적인 성향이 강하게 발달했다.
비슷한 이유로 동양 사람들은 병원균에 대한 면역력을 기르기 위해 항균 작용이 강한 뜨겁고 매운 음식, 신 음식, 향신료를 많이 넣은 음식을 선호하도록 진화되었다. 특히 고기는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빠르게 부패되기 때문에 향신료를 많이 써야 한다. 반면 채소는 세포벽과 항균물질이 있어 비교적 오래 신선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향신료를 많이 넣어 먹지 않아도 된다.
이처럼 병원체에 대한 심리적 방어가 외인 혐오증, 집단주의, 식습관을 만들었다.
인간의 털
인간에게 털이 없어진 이유도 병원체에 대한 심리적 방어 기제가 작용한 탓일 수 있다. 털에서 기생하는 기생충과 이에 대한 혐오감 때문에 털이 없도록 진화되었다.
음악
대부분의 현상은 진화론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하지만 음악이 진화적으로 인간의 생존과 번식에 어떤 이점이 있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종교
종교는 정교하게 설계된 적응의 결과가 아니라,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이라고 말한다.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다른 존재를 가정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다는 '행위자 탐지'와, 타인의 행동으로부터 눈이 보이지 않는 마음을 읽어내는 '민간 심리'를 근거로 든다.
동성애
동성애는 '성적으로 상반된 선택'이라는 현상으로 설명한다. 같은 형질이라도 성별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긴꼬리천인조의 긴 꼬리는 수컷에게는 유리하지만 암컷에게는 불리하다. X염색체에 있는 여성스러운 게이 유전자는 남성에게는 불리하지만 여성에게는 번식에 유리하기 때문에 남아있다는 가설이다.
조망과 피신
뷰 좋은 카페를 찾아다니는 취미는, 들키지 않고 바깥을 내다볼 수 있는 곳을 선호하게끔 진화되어 왔다는 '조망과 피신 이론'으로 설명 가능하다.
꽃다발
여자가 꽃다발을 좋아하는 이유는, 꽃이 그곳에서 과일과 물 등 유용한 자원을 얻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좋아하도록 진화된 결과이다.
이야기
인간이 소설, 영화, 연극 등의 이야기에 흥미를 가지는 이유는, 인생의 어려움에 부딪히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모의실험함으로써 전략을 수정하고 기술을 연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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