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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책] 개리 마커스 - 클루지

by dailymemo 2025. 8. 8.

"선조의 자산이 현대인의 부채가 되다."

 

진화의 역사

진화는 미래보다는 현재를 더 중요시 여긴다. 장기적인 미래 계획을 세운 것이 아니라, 지금 부닥친 문제에 대한 단기적인 임시방편의 연속이다. 진화는 옛것 위에 새로운 체계를 쌓아 올리는 식으로 전개된다. 이런 과정을 '기술들의 누진적인 중첩'이라고도 표현한다.

한편 인간의 문명은 눈 부시게 발전했지만, 우리의 뇌는 2만 년 전에 비해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 몇몇 천재적인 인류의 조상들 덕분에 인류의 문명은 놀랄 정도로 발전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인간의 뇌는 수렵, 채집을 하던 시기와 별 다를 바가 없다. 

 

클루지

중첩된 기술들 중에는 선조의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되었다는 이유로 자연선택되었지만 현대인에게는 오히려 고통을 주는 것들이 있는데, 이를 '클루지'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선조는 직립보행을 하여 두 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되었지만, 척추는 몸의 무게를 지탱하기에 부실해서 현대인은 요통에 시달린다. 

클루지는 우리의 정신에도 존재한다. 시대가 변했음에도 관성적으로 나타나는 심리 기제가 우리의 생활을 오히려 해치는 경우가 있다. 이 책에서는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클루지를 들춰내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클루지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일생생활의 다양한 예가 생각났다. 수학에서의 극댓값 개념이 떠올랐다. 절대적인 최댓값은 아니지만 국소적으로는 가장 높은 값(local maximum)으로 향한다는 의미에서 클루지와 비슷한 면이 있다. 또한 서울에 있는 많은 대학병원의 건물들이 생각났다. 처음에는 건물 하나로 개원했지만 점점 확장하여 건물을 덕지덕지 붙여서 구조가 비효율적일뿐더러 예쁘지도 않다. 하지만 병원 부지의 건물을 싹 다 밀어버리고 새로 짓지 않는 한 그것이 최선이라는 점이 클루지와 비슷했다.

 

저자는 진화심리학의 입장에서 인간의 클루지를 설명한다. 인간의 기억, 신념, 의사결정, 언어, 행복, 정신 구조에 걸쳐 얼마나 인간이 현대 사회를 살아나가기 부족하고 형편없는지, 속된 말로 까내리는 내용이다. 다양한 심리 실험과 가설을 이용해 인간이 얼마나 불합리하고 비논리적인지 설파한다. 인간의 불완전함을 쉴 새 없이 지적하여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문제의식은 장황하게 설명한 데에 반해서, 이런 약점을 어떻게 적절히 활용하고 의미를 찾아나가야 되는지에 대해서는 내용이 부실해서 아쉬웠다. 클루지가 있음을 알았으니, 이제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용할지는 독자인 나의 몫이다.

클루지를 이해하면 자신의 단점을 파악하여 극복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본능을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문장을 두 번 읽어야 이해할 수 있었는데, 번역이 매끄럽지 않아서 아쉬웠다.

 

기억

 

기억은 모든 클루지의 어머니이다. 인간의 기억은 컴퓨터의 기억 장치와는 다르게 '맥락 기억'을 이용한다. 컴퓨터는 정확한 값을 입력하여 저장하고 그 값을 다시 호출한다. 하지만 인간은 막연하게 기억을 저장하고, 맥락과 단서를 이용하여 기억을 끄집어낸다. 우리의 기억은 맥락과 빈도와 최근도의 함수이다. 이마저도 조작, 왜곡, 간섭이 잘 일어난다.

 

신념

 

신념은 맥락 기억의 불완전성을 이어받았다. 그때그때 맥락에 따라 신념이 변덕스럽게 달라지기도 한다. 저자는 인간의 신념이 얼마나 변덕스러운지 다양한 예시를 제시한다.

신념은 후광효과갈퀴효과처럼 스스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에 의한 믿음일 수 있다.

확증편향은 내가 믿는 것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더 잘 기억하는 경향이다. 동기에 의한 추론은 내가 믿지 않는 것을 부정하는 증거를 더 잘 기억하는 경향이다.

인간은 어떤 정보를 우선 받아들이고 믿는 경향이 있다. 정보의 진실 여부는 그다음 문제이다.

 

저자는 인간의 사고 체계를 두 가지로 나눠서 설명한다. 선초 체계와 숙고 체계이다. 선조 체계는 빠르고 자동적이며 무의식적으로 진행되는 사고이다. 선조 체계는 먼 옛날부터 이어온 체계로, 일상적인 행동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 숙고 체계는 신중하고 판별력 있게 천천히 진행되는 사고이다. 숙고 체계는 비교적 최근에 생긴 체계로, 의식적으로 논리를 따지는 체계이다. 두 체계 모두 합리적일 수도, 비합리적일 수도 있다. 숙고 체계가 더 정교하지만, 선조 체계가 더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선택과 결정

 

의사결정 구조 또한 내가 처한 맥락에 따라 다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우리의 뇌는 너무나도 비합리적이다. 돈에 대해서는 절대적이 아니라 상대적이게 된다. 인간은 수에 대해 생각하도록 진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이성보다는 감정에 의존한다.

 

언어

 

언어는, 호흡과 음식 섭취를 위한 구강 구조를 빌려 의사소통을 해보려는 시도에서 태어난 클루지다. 인간의 언어는 의미가 모호하고, 중복도 많고, 불규칙적이고, 비효율적이다.

 

행복

 

행복은 생존의 위한 쾌락 장치이다. 쾌락은 우리의 안내자이다. 즉, 인간은 행복을 추구하도록 진화해 왔다. 예를 들어, 과일을 먹고 단맛을 느끼는 특징은 영양분 섭취에 유리하다. 그래서 과일 속 포도당 성분이 뇌의 쾌락 중추를 자극하도록 발전되었다. 하지만 현대에서는 과일의 영양분이라는 보상이 없어도 인공 감미료만으로 우리 뇌의 쾌락 중추를 자극하게 되었다.

 

정신장애

 

오늘날 정신장애가 이토록 많은 것은 설계의 결함 때문이다. 정신장애에는 일정한 임상양상이 있음이 그 근거이다.

 

클루지를 이겨내는 13가지 제안

 

대안이 되는 가설들을 되도록 함께 고려하라.(반대를 고려하라)

문제의 틀을 다시 짜고 질문을 재구성하라.

상관관계가 곧 인과관계가 아님을 명심하라.

여러분이 가진 표본의 크기를 결코 잊지 말라. 똑같은 유형의 사건이 되풀이해서 일어난다면 우연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자신의 충동을 미리 예상하고 앞서 결정하라.

막연히 목표만 정하지 말고 조건 계획을 세워라.

피로하거나 마음이 산란할 때는 되도록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말라.

언제나 이익과 비용을 비교 평가하라.

누군가가 여러분의 결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상상하라.

자신에게 거리를 두어라.

생생한 것, 개인적인 것, 일화적인 것을 경계하라.

우물을 파되 한 우물을 파라.

합리적으로 되려고 노력하라.